태양별 빛을 발하라

서양 철학자들의 사상과 용어를 알려드립니다

  • 2025. 5. 22.

    by. 한아르미

    목차

      플라톤의 후기 대화편인 『티마이오스(Timaeus)』에서 처음 등장하는 ''코라(Khora)''는 이데아와 감각적 사물 사이의 독특한 제3의 존재 영역으로 제시됩니다.

       

      이는 단순히 물질이나 공간으로 환원될 수 없는, 형상도 없고 규정도 없는 일종의 '받침' 또는 '장소'로서, 모든 생성과 소멸이 일어나는 기묘한 영역입니다. 플라톤은 코라를 통해 감각 세계의 끊임없는 변화와 불완전성을 설명하고, 영원불변하는 이데아의 세계와 유동적인 현상 세계를 매개하려 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플라톤의 코라 개념의 핵심 내용과 특징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가 왜 이러한 제3의 영역을 상정했는지, 그리고 코라가 그의 철학 체계에서 갖는 의미와 후대 철학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탐구하고자 합니다.

       

      '코라(Khora)'의 개념적 특징과 정의의 어려움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서 ''코라''를 명확하게 정의하기보다는 비유와 은유를 통해 그 특징을 설명합니다. 그는 코라를 '모든 생성된 것들의 어머니이자 받아들이는 여인', '보이지 않고 형상 없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장소', '끊임없이 움직이는 일종의 흔적' 등으로 묘사합니다. 

       

      코라는 이데아처럼 영원불변하는 것도 아니고, 감각적 사물처럼 구체적인 형상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모든 형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종의 '텅 빈' 공간 또는 '잠재적인 가능성의 장'에 더 가깝습니다. 이러한 규정하기 어려운 성격 때문에 코라는 플라톤 철학에서 가장 난해한 개념 중 하나로 여겨지며, 해석의 여지가 많습니다. 

       

      플라톤이 코라를 명확한 실체로 규정하지 않고 모호하게 묘사한 것은 감각 세계의 끊임없는 변화와 불확정성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한 고심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라가 상정된 이유: 이데아와 감각 세계의 매개


      플라톤이 ''코라''라는 제3의 존재 영역을 상정한 주된 이유는 영원불변하는 이데아의 세계와 끊임없이 변화하고 불완전한 감각 세계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데아는 완전하고 영원한 형상의 세계이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감각 세계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며 불완전한 속성을 지닙니다. 

       

      플라톤은 이데아가 어떻게 감각 세계의 사물들을 '모방'하거나 '참여'하는지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고,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코라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코라는 이데아의 형상들이 감각 세계에 '새겨지는' 일종의 '바탕'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감각적 사물들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장소''를 제공합니다. 즉, 코라는 이데아의 완전한 형상과 감각 세계의 불완전한 현상 사이에서 일종의 '번역기' 또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코라의 역할과 '생성'의 메커니즘


      플라톤에게 코라는 단순히 이데아의 형상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공간이 아니라, 감각적 사물의 ''생성''과 소멸이 일어나는 능동적인 ''장소''입니다. 『티마이오스』에서 우주의 창조자 데미우르고스는 이데아를 모델로 삼아 코라 위에 감각적 사물들의 형상을 '본뜨기'합니다. 

       

      이때 코라는 이데아의 완전한 형상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일종의 '왜곡'이나 '변형'을 일으키기 때문에, 감각 세계의 사물들은 불완전하고 변화하는 속성을 갖게 됩니다. 

       

      코라는 또한 감각적 사물들이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소멸의 과정이 일어나는 터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코라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며 가능성과 불안정성을 동시에 내포하는 역동적인 영역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코라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철학적 의미


      플라톤의 ''코라'' 개념은 그 모호성 때문에 후대 철학자들로부터 다양한 해석을 낳았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코라를 순수한 비물질적인 공간으로 보기도 하고, 또 다른 학자들은 원초적인 물질이나 잠재적인 에너지의 형태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현대 철학에서는 코라가 창조적인 상상력이나 무의식의 영역과 유사한 개념으로 논의되기도 합니다. 

       

      플라톤이 코라를 통해 설명하고자 했던 것은 영원불변하는 완전한 실재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완전한 현상 사이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관계입니다. 코라 개념은 우리에게 존재의 근원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단순히 이분법적인 사고를 넘어 다양한 가능성과 변화의 영역을 포착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비록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코라는 플라톤 철학의 심오한 깊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개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플라톤의 ''코라(Khora)''는 이데아와 감각적 사물 사이의 모호하고 독특한 제3의 영역으로, 모든 ''생성''과 소멸이 일어나는 ''장소''로 제시됩니다.

       

      형상도 없고 규정도 없는 코라는 이데아의 완전한 형상이 감각 세계에 불완전하게 구현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상 세계의 역동성을 포착하려는 플라톤의 철학적 고뇌를 반영합니다. 비록 그 개념적 난해성으로 인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지만, 코라는 플라톤 철학의 깊이를 더하고 존재의 근원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개념으로 남아있습니다.